작년 가을,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온 K씨(63세, 편의점 운영)는 개업 12년 차 자영업자였어요. 표정은 당황스러움과 억울함이 뒤섞여 있었고, 첫 마디가 "그냥 귀여워서 한 번 툭 건드린 건데요"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속으로 '이 분, 정말 모르시는구나' 싶었어요.
20대 초반 알바생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한 차례 쓰다듬었고, 피해자가 곧바로 신고했습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3주도 안 됐어요.
K씨처럼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을 준비하고 오시는 분들이 실무에서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그 논리가 왜 법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작동하지 않는지, 판례와 법조문을 근거로 따져볼게요.

K씨 사례에서 드러난 '기습추행' 법리의 함정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합니다(법률 제21450호, 2026. 3. 12. 시행). K씨는 "팔을 붙잡거나 위협한 것도 아닌데 폭행이 어딨냐"고 했어요.
여기서 핵심 오해가 나옵니다. 대법원은 이른바 '기습추행' 법리를 오래전부터 인정해왔는데, 이에 따르면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인 경우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힘이 아니어도 족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으면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합니다. 엉덩이를 옷 위로 쓰다듬는 행위는 대법원이 기습추행의 전형적 사례로 반복해서 판단해온 행위 유형이에요.
더 중요한 건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3. 9. 21. 판결)입니다. 40년 만의 법리 변경으로, 이전에는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 기준이 사라졌어요. 가벼운 신체 접촉도 폭행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된 거예요. K씨가 기소된 시점에 이미 이 법리가 적용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귀여워서"는 왜 법정에서 아무 의미가 없는가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5. 12. 10. 판결
이 판결이 핵심입니다. 추행 여부는 행위자의 내심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요(대법원 2014. 9. 25. 판결). 피해자의 의사,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주변 상황,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하는 거죠.
K씨는 고용주이고 상대는 자신이 채용한 20대 알바생이에요. 이 관계는 형법 §298 외에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까지 동시에 문제가 됩니다. 위력을 직접 행사하지 않아도 고용 관계 자체가 구조적 권력으로 작용한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해석이에요.
솔직히 처음엔 저도 "고의 부재 주장으로 일부 방어가 되지 않을까" 검토해봤어요. 그런데 대법원 2024. 8. 1. 판결을 다시 보면, 그 사건은 성적 부위가 불명확한 신체 접촉이었기에 추행 고의 증명이 쟁점이 됐던 거예요. 엉덩이처럼 명확한 성적 부위를 접촉한 경우는 추행 고의가 사실상 즉시 추정됩니다. 구별이 중요해요.

기소 후 실무 대응 — 지금 이 상황이라면 해야 할 3가지
K씨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아래 순서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① 초동 진술 관리가 전부를 결정합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귀여워서", "별생각 없었다" 같은 발언이 조서에 기재되면 오히려 추행 고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어요. 변호인 동석 없이 단독으로 진술하지 마세요. 준비 서류: 당일 CCTV 영상 보전 요청서, 근무일지, 목격자 연락처.
② 양형 인자 발굴이 실질적 결과를 바꿉니다
2025. 7. 1. 시행 양형기준 기준으로 감경 구간은 징역 6월~1년 6월, 기본 구간은 1년~3년입니다. 초범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범행 경위 등이 감경 인자로 작용해요. 합의가 이루어지면 실형보다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실무상 다수입니다.
③ 신상정보 등록 기간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더라도 유죄 확정 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됩니다. 벌금형은 10년, 3년 이하 징역형은 15년 동안 등록돼요(성폭력처벌법 제42조). 취업 제한·거주 제한 등 부수 처분도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형사처벌 자체만 보고 방어 전략을 세우면 안 됩니다.
법무법인 서앤율에서 이 유형의 사건을 다루면서 가장 많이 목격하는 실수가 "어차피 벌금이면 되는 거 아니냐"는 안이한 판단이에요. 신상 등록, 취업 제한, 사업장 운영 제한까지 고려하면 전략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K씨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또는 반대로 피해자 입장이라면 — 어느 쪽이든 초기 대응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사건 검토 후 구체적인 방향 안내가 가능하니 상담을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합의를 하면 공소가 취소되나요?
강제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합의만으로 공소가 취소되지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중요한 양형 감경 인자로 작용해요. 개별 사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상담을 권장합니다.
약식명령(벌금)으로 끝나도 전과 기록이 남나요?
네, 약식명령 확정도 전과로 기록되고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됩니다(등록 기간 10년). 구체적 진행 방법은 사건 검토 후 안내 가능합니다.
피해자가 처음엔 신고 의사가 없었는데 나중에 번복하면 어떻게 되나요?
수사기관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어요. 초기 태도가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결정적 요소는 아닙니다. 자세한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의견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증거·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분쟁 발생 시 반드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서앤율은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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